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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가치

훈련소를 나오고 주말을 가족들과 함께 보낸 뒤 첫 출근의 월요일!

저의 복무생활은 첫날부터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근무지 배치 전 담당 지자체에 신고를 하고 가야 하는데 나름 의욕이 앞서 사전에 파악해둔 근무지 주소를 따라 반포면의 충남광역푸드뱅크로 곧바로 출근을 하였던 것입니다.

근무 첫날부터 공주시청에서는 출석하지 않는 공익근무요원 때문에 분주히 연락을 취하고 저를 찾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리버리한 첫인상을 안고 인솔 선생님을 따라 충남사회복지협의회로 향했습니다. 지금 생각 하면 모든것이 낮설고 어렵던 순간이라 바로 옆에서 인솔자가 안내를 해주어도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복무 생활은 제 생각과는 달리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통상 4일은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1.5ton 탑차 안에 물건을 가득 실어 오는게 일상이었습니다.

본래 40여킬로그램 밖에 않나가는 저체중으로, 체력이 약한 저에게는 한번 한번의 출장업무가 고된 노동으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래도 힘든 와중에 형, 누나 같은 직원 분들이 절 많이 챙겨주시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주변 분들의 관심과 호의가 없었다면 이 복무생활을 끝마치기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붙임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 다른 지역 공익요원들과도 처음엔 별로 친해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공익요원들끼리면 모여서 수다도 떨고 연락도하고 하는데 저는 전혀 그렇지 못햇습니다.

하지만 먼저 다가와 살갑게 맞아준 다른 공익요원들과 협의회 직원들 덕분에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을 배우며 적응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나름 업무에 요령이 붙으면서 제 시간을 조금씩 갖게 되었습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다 보니 평상시 관심 없던 책도 읽어 보았지만, 그것도 잠시..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핸드폰 게임에 매진하거나 의미 없이 낮잠으로 시간을 죽이곤 하였습니다. 그저 2년의 복무기간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시간 인 것 마냥 나태한 일상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 충남지역의 복지시설,단체 현황을 정리하는 작업에 참여 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의미의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일과가 식품을 기부 받을 때 마다 현장에 방문하여 짐을 나르는 단순노동 이었다면 약 3주정도의 기간 이었지만 도내의 복지 시설 단체의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수백번의 전화상담을 하고 기록과 분류를 반복 하는 일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느껴 졌습니다. 전화를 수 없이 하다보니 목은 목대로 아프고 집에 가면 말을 많이 해서 피곤해져 잠들기 일 수 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한달여의 시간이 지나 담당 선생님께서 출간된 자료집을 기념이라며 건네어주셨을 때 묘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던 것같습니다.

사실 복무생활이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계속 도망치고 포기하고 싶었던 것도, 모두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오는 어려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막상 일의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 하면서 그간의 시간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빨리 시간의 가치를 깨닫고 나를 위해 투자했다면.. 그런 후회를 한들 지나버린 시간을 되돌 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2년의 복무를 통한 깨우침이 앞으로의 제 삶에 정말 가치있는 의미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소집해제가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동안 함께했던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며,

봉사와 나눔에 대한 소중한 경험. 그리고 시간의 가치에 대해 가슴속 깊이 새기며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